A형 백수
게슈탈트 이론 본문
호문쿨루스 전체를 관통하고있는 핵심소재는 바로 게슈탈트 심리학의 '투사 이론' 이다.
투사란 '대상의 실재를 보는것이 아닌, 대상 위에 다른 무언가를 덧씌워 보는 행위'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이게 도대체 뭔소린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을 위해 쉽게 예를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새로 입사한 사회초년생이 있다.
대인관계도 좋고 센스도 좋고 비위도 잘맞춰서 직장동기, 선배, 간부 가릴것 없이 모두가 그를 좋아한다.
근데 나는 그새끼가 존나 맘에 안든다.
왠지 졸라 비굴하게 빌빌대며 사는것 같고, 자기 줏대도 없이 찌질하게 사는게 역겹고, 남 비위맞출때도 뭔가 노리고서 접근하는거 같아 졸라 경계심이 든다. 그 놈의 웃음 너머의 사악한 의도를 나만 알고있는것 같고, 모두가 그에게 속아넘어가고있는 느낌이 든다.
나는 분명 그새끼의 '껍데기 너머의 진실' 을 바라보고 있는데, 왜 남들은 저새끼 의 표면적인 모습만 보고 좋게 평가할까? 저 뻔한 속임수, 가면이 다른사람들 눈엔 안보이는건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게 바로 '투사'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싹싹하고 예의바른 신입사원인데 내 눈에는 술수로 사람을 꾀는 악마로 보이는 것.
그것이 비록 오해에서 비롯되었거나 그저 혼자만의 착각에 불과할지라도, 내 눈엔 분명 다르게 해석되는 일련의 행동 또는 분위기들.
그것이 만화 호문쿨루스가 묘사하는 세계다.
타인을 바라볼때 나만 볼 수 있는 어떤 '착각'(만화속에선 착시) 말이다.
사회초년생을 보고 느낀 나의 감정은 대략
1.비굴함
2.줏대없는 찌질함
3.뭔가를 노리고 접근하는 얍삽함
이렇다.
그러나 타인들이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다.
왜 이런 괴리가 발생할까?
그 이유는 바로 그 초년생의 모습은 초년생의 실제 모습이 아닌 '내 내면의 모습' 이기 떄문이다.
나는 내가 그놈의 속내를 완전히 간파하고 있고, 따라서 저놈은 비굴하고 찌질하고 얍삽한 놈이 확실하다고 느끼지만, 그건 대상의 실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한 상대의 모습' 을 대상에게 투사해서 보고있는 것일 뿐이다.
그의 행위를 비굴하다고 판단하는 이면에는 그러한 행위를 해왔던 어느 부정적 인물에 대한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그 부정적인 인물은 부모가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바로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어디선가 경험했던 특정 행위에 대한 부정적 느낌이 평소에는 무의식층에 가라앉아 있다가, 신입사원으로 하여금 동일한 경험이 비슷하게 재현됨으로서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즉, 신입사원의 행동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모두 '내 내면의 정보를 바탕으로 한 번 각색된 모습' 이라는 것이다.
만화 호문쿨루스는 위와같은 '투사'가 실제 시각적 형태로 나타난다는 가상의 설정을 가미했을 뿐, 사실 만화속에 등장하는 '일그러진 타인의 모습 관찰' 은 이미 누구나 일상에서 매일같이 반복하고 있는 행위다.
당신이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대상의 모습은 '실재(實在)' 그 자체가 결코 아니다.
당신 눈에 보여지는 모든 대상의 모습은 당신의 내면에 있는 여러가지 '호문쿨루스'들, 즉 '자신의 일그러진 마음' 을 통해 한 겹 '포장된' 모습이다.
물리적인 빛의 작용으로 망막에 맺히는 상(狀) 은 모두에게 동일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여 인지하는 과정에서 '상'은 '각색' 을 거쳐 뇌에 전달된다. 모두가 같은 대상을 보고 있지만 모두가 전혀 다른것을 보고있는 것이다.
"저 솥뚜껑을 보고있으니 어머니가 지어주신 따스한 쌀밥이 생각나"
"저 솥뚜껑을 보고있으니 어린시절 날 위협했던 시커멓고 큰 자라가 떠올라"
"저 신입사원은 정말 싹싹하고 착한 것 같아"
"저 신입사원은 매우 얍삽한 놈임에 틀림없어"
"저 여자는 패셔너블한 옷을 입는걸 즐기는 모양이야"
"저 여자는 자기과시욕으로 남의 시선을 끌기위해 화려한 옷을 입는것이 분명해"
"저 남자는 자동차를 정말 좋아하는 매니아인것 같아"
"저 남자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저런 비싼 차를 몰고있는것이 분명해
위의 두가지 견해들은 전부 같은 대상을 보고 판단한 것들이다.
그런데도 눈에 비치는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대상에 대한 전혀 다른 판단 또는 착각(착시).
이것이 바로 만화속의 호문쿨루스, 즉 '투사'이다.
이러한 투사행위는 단순히 대상의 행동이나 분위기를 왜곡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심지어 만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대상의 상(狀)까지 왜곡시키기도 한다
왜냐하면 물리적으로 객관화되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도, 실은 전부 내 내면의 모습을 대상 위에 덧씌워서 보고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비록 물리적인 '상' 은 망막에 동일하게 맺히더라도, 그것을 뇌를 통해 인지하고 판단하여 평가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관을 덧붙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투사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예를 들어보자.
남자들 눈에는 정말 이쁜 얼굴을 갖고있는 여자연예인도 여자의 눈을 거치면 세상에 둘도 없는 못생긴 얼굴이 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을 것이다.
남자가 보기엔 더할나위 없는 미인상인데, 여자가 보기엔 코도 좀 낮은거같고 눈도 좀 짝짝이인것 같고, 어딘지 모르게 못생겨보이는 것이다.
마냥 이쁘다고 여기는 남자들에게 '여길 자세히 봐봐. 눈이 짝짝이잖아' 라고 설명해도
남자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 입장에서도 난처한 노릇이다. 분명 저렇게 심하게 뒤틀린 눈을 보고 어떻게 못알아챌수가 있지? 일부러 못본척해서 나를 놀리는건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런 경우가 바로 투사가 상을 왜곡시킨 경우다.
자신의 외모에 불만이 많은 사람은 타인의 외형적 부조화에도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굳이 컴플렉스 이론을 가져와 설명하지 않더라도 쉽게 이해되는 상식이다.
내가 자동차에 관심이 없을때는 길거리에 멋진 자동차들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일단 자동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길거리가 온통 자동차 전시장이 되는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의 외형적 부조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타인의 외형적 부조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물론 부조화를 인식함에 있어 망막에 맺히는 상 자체가 왜곡되는것은 아니지만, 같은 상을 보고도 전혀 다르게 판단하게 만드는 것은 만화속 착시와 비슷한 성질을 지닌다. (만화속 주인공의 착시도 실제 대상의 실재가 뒤틀리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보고 만지고 느낄때 뇌가 정보를 왜곡하여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정리해보자.
만화속 주인공은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착시현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것이 일정치가 않아서 누군가에게는 착시가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일단 주인공이 볼 수 있는 착시는 주인공의 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를 투사의 개념으로 바꿔 생각해보자.
[타인에게 보이는 모든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고, 내가 문제가 없으면 타인도 문제없이 보인다.]
이제 이해가 되는가?
대상의 일그러진 모습은 모두 내 모습이며, 그것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 같은 문제가 있다는 심리학적 사실.
이것이 바로 만화 호문쿨루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상의 착시(문제)는 결국 내 자신의 착시(문제)이고, 그 착시(문제)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내가 같은 착시(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
마지막 엔딩, 즉 '모두가 내 모습' 으로 보이는 부분은 바로 이러한 호문쿨루스의 대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모든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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