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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독, 전쟁 성범죄가 만든 치명적인 질병 본문
[스크랩] 전쟁 성범죄가 만든 치명적인 질병 `매독`

작성자:이영애씨작성시간:08:31 조회수: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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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를 약탈하는 반달족을 묘사한 19세기 그림. 고대부터 점령지 여성들에 대한 성범죄는 광범위하게 자행됐다.(사진=위키피디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사회 곳곳에 만연했던 성범죄 피해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린 '미투(Me Too)'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종 성범죄들의 기원으로 알려진 '전쟁 성범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전쟁 성범죄로는 일제가 태평양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점령지 곳곳에서 자행했던 '위안부'를 들 수 있다.
전시 점령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지만, 일본군 위안부와 같이 광적인 집단강간 형태로 규모가 커진 것은 중세 말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15세기 말, 소총을 비롯한 화약무기가 도입되면서 군대의 규모가 커지고 전쟁의 양상도 군인들끼리의 제한적인 전투에서 지역 전체를 초토화시키는 무제한전으로 바뀌자, 민간인 학살 및 전쟁 성범죄가 많이 자행되기 시작했다.
이 전쟁 성범죄의 본격적인 시작과 함께 전 세계에 매우 무서운 성병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매독(Syphilis)'이란 병이다. 매우 전염력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이 병은 성기를 시작으로 피부전체에 궤양이 나타나며 괴사가 나타나는 병으로 이때 나타나는 피부 궤양이 매화꽃 같은 모양이라고 해서 매독이란 이름이 붙었다.

매독균의 모습. 매독은 1493년, 콜럼버스의 1차 항해가 끝나고 스페인에서부터 퍼져 주로 신대륙에서 번진 것으로 알려져있었으나 최근에는 1494년 벌어진 1차 이탈리아전쟁 때 발생한 대규모 약탈전, 전쟁 성범죄가 주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사진=Public Health Image Library)
매독은 기존에는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과 함께 신대륙에서 유입된 병이란 학설이 유력했지만, 최근에는 전시 대규모 성범죄가 만들어낸 병균으로 인식이 변하고 있는 병이다. 매독이 처음 나타난 것으로 알려진 시기는 1494년부터 1498년까지 5년간 발발한 '제 1차 이탈리아 전쟁' 때였다. 이 전쟁은 당시 프랑스 왕인 샤를 8세의 이탈리아 원정을 시작돼 교황청, 나폴리, 베네치아, 스페인 등 당대 유럽의 주요국들이 참가한 첫 대규모 전쟁이었다.
당시 프랑스군은 초전에 나폴리를 함락시키고 점령지를 약탈하면서 집단 강간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 발생한 매독은 프랑스군의 행군과 함께 전 유럽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이 병을 '프랑스병'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역으로 프랑스에서는 나폴리에서 병사들이 얻어온 병이라며 '나폴리병'이라 불렀다.
이후 16세기로 넘어가면서 유럽의 집단전 규모는 점점 커졌고, 전시 군대에 의한 전쟁 성범죄도 점점 심해지면서 매독이 더욱 확산됐다. 이로인해 유럽 각국에서 매독은 주로 자국을 침략한 침략국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네덜란드에서는 80년간 독립투쟁을 벌인 적국, 스페인 이름을 붙여 '스페인병'이라 불렸고, 러시아에서는 폴란드병, 폴란드에서는 독일병, 그리스에서는 불가리아병 등 상호 전쟁을 자주한 나라의 이름을 붙였다. 영국에서는 아예 '프랑스 천연두(French pox)'란 이름을 붙였다.
매독은 당시 대항해시대 교역로를 타고 전 세계로 퍼진다. 1498년 바스코 다가마가 희망봉을 돌아 인도에 도착한 이후 인도로 퍼졌고, 16세기 초반에는 중국, 일본까지 퍼졌다. 우리나라도 1500년대 중반 전후로 매독이 퍼졌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교통로가 미비하고 인구도 많지 않았으며 유교 문화 영향으로 성에 대해 엄격했던 조선에서는 확산이 크게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수아 1세 초상화 모습. 평소 각종 성추문에 휩싸이던 프랑수아 1세는 1547년 53세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매독으로 죽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사진=위키피디아)
당시 유럽에서는 성적인 범죄행위들에 대한 신의 징벌로 생각한 경향이 많았으며, 특별한 이유없이 갑자기 사망한 권력자들의 경우엔 매독으로 죽었다는 소문 또한 쉽게 퍼졌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프랑스 발루아 왕조의 시조였던 프랑수아 1세가 있다. 당시 소문에 의하면, 프랑수아 1세는 자신의 수하였던 페론이란 학자의 아내가 절세미녀란 소리를 듣고 강제로 빼앗아 범하려 했으며, 이에 분개한 페론이 복수를 위해 일부러 매음굴에서 매독을 옮아온 뒤, 아내와 관계를 가지고서 왕에게 아내를 바쳤으며 프랑수아 1세는 결국 매독으로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이런 매독에 대한 공포도 성범죄를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었다. 전쟁 성범죄는 수단 내전, 코소보 사태를 비롯해 시리아 내전 당시 IS 등 현대 분쟁지역에서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여성을 도구화하는 이런 참혹한 전쟁 성범죄의 참극은 사회 곳곳에 퍼진 마초문화와 결합하면서 오늘날 미투 문제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게 됐다.
스크랩 원문 : 임진왜란을 연구하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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